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인기가 있으면서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가끔 보는 편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즌3가 시작되는 ‘낭만닥터 김사부’다.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이 드라마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다양한 유형의 의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유능한 의사들이지만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면이 있다.
이 세상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의사 김사부다. 주니어 의사가 질문합니다. “어느 것?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당신은 최고의 의사입니까?” 그는 대답한다:
“지금 여기 누워 있는 환자에게 물어보면 어떤 의사를 원한다고 말하겠습니까? 최고의 의사? 아니, ‘필요한 의사’다. 그래서 저는 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자를 필요로 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다른 의사들과 구별된다.
즉, 천재의사로 불렸던 김사부는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의사나 위대한 의사로 존경받겠다는 의도가 전혀 없다.
오히려 환자를 필요로 하는 의사로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소명의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주인공 김박사를 보면 누가복음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쓸모없는 하인입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루카 17,10). 의사로서 우리는 주체가 아닌 환자에 대한 환대에서 그의 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그것이 그를 다른 의사들과 차별화시키는 근원이다.
이처럼 겸손한 종의 자세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성도가 참 성도인지 아닌지는 소명감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문비의 노래」의 저자는 신자들 중에는 재능의 노예가 된 자와 참된 종이 있는 자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재능에 노예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성공과 박수를 인정받기를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은 신앙생활을 부지런히 하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보다 오히려 영광의 대상이 되기를 원합니다.
반면에 진정한 자원봉사자는 받은 사랑에 응답하여 하나님께 은사를 받았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명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목회자로서 내가 재능의 노예가 아닌지 반성합니다. 본당 사목에서 사목자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중심 무대를 차지합니다.
더 나아가면 이 정도로 성도들을 섬기고 있으니 성도들에게 칭찬과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마귀의 유혹에 빠져 교만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합니다. 사제와 평신도는 열심히 일하면 좋은 사제와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에게 필요한 사제, 이웃에게 필요한 신자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것입니다.
이웃에게 필요한 성도가 되려면 먼저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존경받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첫째가 아니라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르 9,35 참조).
최근에 시성된 사막의 은둔자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 모두 가운데 꼴찌가 되십시오”라고 권고합니다.
처음이 되고 나중이 되어 ‘믿음의 비밀’을 체험할 때 남에게 필요한 신앙인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신자의 의사는 손수건을 선물로 준 스승에게 들은 말씀을 잊지 않고 의사로서의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 “환자의 눈물과 땀을 닦아주는 의사가 되십시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 본당 신부

